손민지 & 이대석
<그대 앞에 봄이 있다> 타공판 위에 자수 드로잉 2.4x60m 2014 서울역 노숙자쉼터 다잠 서울, 한국 |
Son Minji & Lee Daeseok
There Is Spring before You embroidery drawing on perforated steel plate 2.4x60m 2014 Seoul Station Homeless Shelter DaJam Seoul, Korea |
무심코 스치듯 지나가는 길가에 꽃들이 피고 진다. 언제부터 그 곳에 터를 잡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매해 같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움을 틔우며 아름답게 피어났다가 이내 조용히 사그라든다. 하지만 잎이 다 떨어져 시들어버린 꽃을 과연 죽었다고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꽃은 한 겨울 땅 속 깊은 곳에서 추위에 웅크리며 떨고 있을 테지만 이 혹독한 겨울 뒤에 또 다시 다가올 따뜻한 봄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이 꽃과 같지 않을까 싶다.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고, 또 다시 필 때가 있듯이…. 그분들이 어떠한 연유로 노숙인의 삶을 살고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꽃이 또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봄을 준비하는 것처럼 그분들도 이 곳에서 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신 것이다. 나는 여기 쉼터가 그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가 되길 바라며 아울러 이 곳을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꽃의 따뜻한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