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Mi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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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구》
2016.08.06 - 2016.08.10
더텍사스프로젝트

서울, 한국
Happiness earth
2016.08.06 - 2016.08.10
The texas project

Seoul, Korea
‘그룹무정주’의 전시 <행복지구>
 
2014년 11월 1일부터 16일까지 <무정주>전시는 성북구 하월곡동 동소문로 42 나길 26-16 ‘더텍사스프로젝트’공간에서 열렸었다. 이제 2016년 8월 말로 더 이상 전시공간으로 기능하지 않게 되는 이 장소에서 두 번째의 전시를 ‘그룹 무정주’로 모여 <행복지구>라는 주제로 개최하게 되었다. 총 17명의 전시 참가자인 추유선, 조현지, 정덕현, 손혜경, 손민지, 성원선, 유광식, 이선미, 이록현, 이병진, 이미선, 오승준, 오수, 양병만, 부, 김주R.영, 김자영 들은 이 장소: 미아리 텍사스에 대한 각각의 경험을 통해 삶터의 문제를 고민하였고, 공동체의 문제들을 예술의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개개의 노력들을 기울였다. 그러나 여전히 변함없이 도시재개발과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들은 다양한 도시민의 욕망들을 분출하며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본의 셈법과 장소의 물화는 도시에 사는 존재들을 계층화하고, 각자의 욕망과 이익에 따라 충돌하며, 현재를 구축한다.
 
그러나 작가로써 우리가 가진 질문들은 이 장소가 가진 재개발 문제의 본질도 아니었고, 재생이나 치유와 같은 형태로의 예술적 개입도 아니었다. 도리어 이 장소를 만나고, 이 곳에서 전시하며, 도시의 일상 속에 숨어버린 인간들의 욕망의 접점들 속에서 생과 삶에 대한 태도들을 예술로 이야기 하고자 하였다. 이제 두 번째로 같은 공간에서 전시를 준비하며, 내리는 생각은 열대아의 밤 속에 불면증과 같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존재들의 꿈이다. 몽유병 같은 ‘행복’에 대한 꿈을 좇아 부패한 욕망들이 드러나는 현재 도시에서 꿈에 기대어 사는 우리의 모습을 자각하고, 진정한 삶터를 만들기 위해서 회복되어야 하는 가치로 ‘행복’이 불리기를 기도한다.
 
‘행복의 크기’가 ‘꿈의 크기’에 반비례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행복을 느끼고자 한다면 본능으로 욕구하는 것들을 비워내고, 남아도는 것을 덜어내야 한다. 결핍을 느끼지 못할 만큼 나의 욕망을 작고 소소하게 만든다면, 일상의 공기마저 행복의 가치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은 작아지지 않는다. 도리어 여전히 도시에서 ‘행복’에 대한 추구는 소유와 점유된 면적과 양에 비례한다고 여겨지며, 꿈은 욕망으로 대치되었고, 꾸지 않아도 되는 꿈을 열대아 속에서 꾸며 우리는 몽유병자들처럼 도시를 배회한다.
 
시간을 되돌이며 돌아오는 재개발의 현실들, 아직도 재개발을 통한 용적률의 상승과 m²당 가격의 상승에 따라 욕망의 가치가 행복으로 전환된다고 믿는 현실들, 여전히 살아남기가 꿈꾸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현실들, 몸이 불구가 되었지만 얼굴에 가면을 쓰며, 일상의 가치를 욕망의 성취로 최면하는 아이러니한 현실들... 이 안에 우리가 있다.
 
미아리텍사스의 재개발계획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3년 '미아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대규모 개발을 공포되었던 곳이었다. 그 이듬해 2004년에 9월에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발효되었고, 이 지역과 바로 인접한 지역에 2008년에 초고층아파트의 신축이 되었고, 그리고 2009년 토지소유자 70% 이상이 찬성하면서 조합까지 설립되어 재개발이 가시화되는 듯하였다. 그 이후로도 7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이 지역을 둘러싸고, 길음 월곡 뉴타운이 들어섰고, 2016년 2월 서울시와 성북구청은 ‘성북2·신월곡1구역 결합정비구역지정안’에 대한 주민 공람을 시작한다고 18일 발표했다. 결합구역지정안에는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 합) 거래를 통해 성북2구역과 신월곡1구역을 한데 묶어 재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적률이 종전 600%에서 680%로 높아졌으며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1층 바닥면적)도 50%에서 60%로 상향됐다. 건물도 종전 최고 120m에서 150m로 높아진다. 총 2251가구의 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됐다.
 
결합개발의 의미는 개발이 필요한 지역들을 결합하고, 지역의 한 부분을 고도화 하면서 다른 한 구역은 문화재나 지역의 특수성을 보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아리텍사스의 성매매집장촌은 보전이나 문화적 가치와는 무관하며, 이 지역의 입구에 붙어 있는 ‘청소년접근제한구역’의 의미는 도시에서 삶에서의 가치추구에 있어서 유해하고, 제거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이 지역에 형성되어진 성매매업소들은 대한민국에서는 위법이지만 공공연히 제한된 구역 내에서는 합의된 곳이며,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곳이자 동물로서의 본능에 충실한 비이성적인 곳이다. 채워지지 않는 본능의 결핍을 고층화되어 있고 도시의 틈으로 드러내는 이 곳은 헤테로토피아이며, 어느 것에도 정주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들의 집성촌이다. 그러나 이 곳에도 삶이 있고, 생이 있다. 매일 아침이 밝아오면서 도시의 소음 속에 들려오는 새소리, 한낮의 정막한 골목길에서 먹을 것을 찾아 들락거리는 고양이들의 눈초리들, 고가아래의 가로등과 레온사인의 불빛아래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는 나무와 풀들이 있다. 늦은 오후가 되어 밝히는 붉은 빛 아래서 푸르게 빛나는 얼굴들은 그래도 업소 앞의 길을 쓸고 닦으며, 골목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담벼락아래 꽃들도 키운다. 그들은 겹겹이 쌓은 회색 슬레이트 벽이 가면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 곳에서 삶을 살아내었고, 그리고 도시의 또 다른 삶을 꿈을 꾸었다.
 
이제 새로운 개발계획을 앞둔 이 곳에서 두 번째 전시 <행복지구>를 만들어가며, 17명의 작가들은 현재의 도시재개발에 대한 각자의 사유를 통해 얻어진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행복한 삶터에 대한 꿈을 함께 이야기 한다. 개인의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예술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잠시 동안 세상에 정주한 우리 모두가 꾸는 ‘행복’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욕망들의 조화이다. 행복은 개인의 각기 다른 자아의 구현이 다른 타자의 욕망들과 만나면서 만들어진 부족함을 채워가는 성취감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서는 것이 짐이 아닌 꿈을 만들어가고, 충돌이 아닌 조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함께 하는 공감이다. 그리고 그 모두가 느끼는 행복한 도시의 삶은 획일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다양화를 지향하는 것에 있다. 도시의 총체성은 단일화된 정리와 획일화된 모듈이 아닌, 다채로운 서로가 이어붙일 수 있는 결핍과 충족의 부분들을 서로 나누는 것에 있다.
 
잠시나마 전시라는 것을 통해 작가들이 미아리라는 공간에 진입하고자 하였던 것은 사회 속에서 예술이 어떠한 기능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탐구정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이 권력과 국가의 노예가 아닌 자율적인 정신의 산물로서 이 곳에서 우리의 삶의 화두를 찾아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술의 역할을 생성했다고 할 수가 있다.
 
<무정주>와 <행복지구> 모두가 우리가 도시 속에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획득하였던 예술의 실천이다. 우리는 결핍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방황은 이제 이곳에서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소에서 이뤄진 예술실천들이 각 개인의 자아회복을 통해 다양한 가치로 환원되고, 도시에서 예술과 함께 다양한 욕망들의 조화를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성원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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